글..

글 쓰는게 무서웠던 적이 있다.

한창 중.고등학교 다닐때 인데 거짓말 안하고 모든 문화생활이 차단된
상태에서 내가 누릴수 있는건 EBS를 보기위한 12인치 티비와 라디오, 편지밖에 없었던 터라 (그 시절 우리 세대의 문화생활권이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 입장에선 그정도이기도 했다.) 편지를 5~6통씩, 각 편지당 10장씩은 써재끼던 시절이였다.
전화도 안되고 컴퓨터도 안되었으니 수다
떨 거리는 죄다 편지에 쏟아부은 격인데 정작 받아보는 사람이 아연질색할 정도였다.

말하는거 행동하는거 하나 안놓치고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옮기려는 노력이 여기서 기인했는지 몰라도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한 컴퓨터 내의 동호회 전담 후기담당은 거진 나였다.
누가
무얼 했는지 결정적 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은 무슨 말을 했는지 글을 쓰고 헛갈리는 일의 경우 댓글이 달리면 다시 정정했지만 거의 대부분
맞아 떨어졌더랬다. (술도 먹지 않으니 신빙성은 더해졌다.)

그런데 편지때부터 나는 묘하게 슬슬 글쓰기가 무서워졌다.
내가
토해내듯 아플때 기쁠때 슬플때 쓴 글이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엄청나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걸 잊고 동호회 모임에 취해
또 다시 미친듯이 별일 아닌 소소한 것들을 써내다가 또 한번 난 무서움을 느껴버렸다.

별다르게 나를 핍박하거나 억압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내 글이 제법 재미있으며 그대로 연결을 해보라는 권유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무서워졌다.
고등학교땐
결국 글을 쓰는 것은 무섭고 책은 좋고 고민하다 아쌀 책을 만들지며 디자인으로 빠져버렸고(주위의 그 당시 친구들은 아연질색을 했더랬다.) 그만큼
나에게 글 쓰는 것이 무서운 것이였다는걸 왜 잊었었을까.
그리고 사람을 알아간다는 기쁨에 하나의 연결 수단으로 내 글을 또 썰갈겨내려갔을때
난 왜 그 무서움으로 또 잊었을까 싶은데 사실 글을 쓰는것 만큼 무시무시한 작업이 없는거였다.

최소한
나한텐.

블로그를 이곳에 만들면서도 그 무서움을 잊고 만들었다.
그냥 행복에 취해서 그리고 또 다시 사람을 만나는게 그저
즐거워서.
그러다 보니 잊은거다. 글을 쓴다는게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일인지.

어쩌다 우연한 자리에서 어린 나이에 글을
쓰겠다며 도전하는 친구를 본적이 있다.
그러기 위해 세상을 더 알기 위해 학교도 포기하겠다며 되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친구였다,
“글은 무서운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느 순간 소름 끼치도록 무서울 것이라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저 학교도 하나의
세상 경험이니 보편적 경험에 기하는 사고의 영역도 포기하지 말라는 말만 해줬다.
(이런 친구들은 말을 어렵게 해줘야 되게 좋아한다.
헛바람이 세상의 다인 젊은 것들.-하기사 그 허세가 젊음에 상징이긴 하지만.)

얼마전 아무 생각없이 포스팅을 하다 갑자기 그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해야 하나.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 이게 무슨 짓인가. 내가 왜 또 이런 글들을 여기다 싸집어
토해내고 있나.
구글이나 네이버에서도 검색이 안되는 안전한 곳이니 흩뿌려지지 않을 공간이라는걸 알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누군가 또 볼 글들을 이렇게 토해내도 되나.
한장의 사진보다 더 무서운게 글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글도 그 밑에 부가적인 단어
한마디에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한 사진이 된다.
문명화가 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글을 알게 된 그 시점부터 글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두려움이자 무기이자 파괴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글의 힘.

난 그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