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혁대

대학에 다닐때였다.

푸릇푸릇한 20대에서 방출되는 페로몬이 온 학교에 나풀거리는 때가 아니던가.
20대 초반이란 것은…

이쁘기도 이쁘고 차랑 차랑하게 빛날 때라 그 누구든 아무리 추한 애들조차 연애가 가능한
그런 나이가 바로 훈장같은 나이대. 20대 아니던가.

그 중에서도 남자 J군과 여자 M양은 대단치도 않았다.
각자의 과가 틀림에도 불구 하고 남의 과 수업에 정통하여 그 앞을 아예 지키고 서있던
대단치도 않던 커플이였다.

그 뿐이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하교시간에 맞추어 그들은 마치 원래 그들의 몸이 한몸이였다는듯
찰싹 붙어 다니며 온갖 괴상한 애교(를 가장한 신음소리)를 대 방출중이였고
같은 과 동기들에게 그들은 선망과 괴물의 눈빛이 섞인
그야말로 애증(?!)의 대상이였더랬다.

3월의 입학 시즌을 지나 4월때 사귀기 시작했고 5월을 걸쳐 6월쯤되자
그 사랑의 불꽃이 절정에 다달아 누가 건들기만 해도 서로 이름을 외치는
괴상횡측한 상황도 자주 연출되었드랏다.

“그 사람은 내가 너무 좋고 함부로 범접할수 없는 성스러움이 있어서
건들이지도 못하겠데~ 오호호호.”
M은 아이들과 만날때마다 그 부분을 자랑했고 자신의 섹시함으로 언젠가
그 남자를 가버리게 만들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훈장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다.
“지켜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참을수 없는 정점에서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그래서 참고 있어. 으흐흐흐.”
뭐… 별다를거 없이 J군도 어디서 M양과 따로 맞춘듯 비슷한 이야기를 동기들에게 하고 있었다.
이 두 커플의 특이한 사랑은 당대 학교내에서 굉장한 이슈였다.
순결서약이네 어쩌네 말도 많았기에 나름 이들은 학교 내에서 유명인사였다.

그리고 학교내 커플에게는 그 누구도 건들일수 없는 신성불가침 이벤트 MT의 시즌이 왔다.
막말로 OT는 선배들 눈치를 보느라 이거저거 할거도 없었고 신고식에
이미 온몸이 알콜로 쩔어있어 챙기고 자시고할 여유도 없던지라
이번 MT는 그들에게 있어 그들의 사랑을 화끈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알다시피 MT는 어느 정도 무리에서의 이탈행동이 용인되는 연인들에겐
참으로 아름다운 이벤트가 아니던가.
M양은 MT 2주 전부터 속옷을 구경하느라 바빳고 J군은 갑자기 없던 식스팩과
갑빠를 만들겠다며 아무대서나 푸쉬업을 해대고 있었다.

MT날짜가 잡히고 아이들이 모두 설왕설래가 많았던 그 시간에
이 두 사람은 더더욱 한몸처럼 붙어다녔다.
그리고 두 과는 이 둘의 오묘한 경지에 감동받아
조인트 MT를 협약하기에 이르렀다.
나름 사랑의 힘이랄까~
선후배과동기까지 이들의 아름답고도(?!) 징그러운 사랑에
그래도 나름 도와주는게 좋겠다는 의식이 깔려있었음을 모두 부인하진 않았다.
뭐 이러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할 수도 있는거니까 나름 첫번째 결혼커플이 아닐까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마침내 온 1박 2일의 그날.
두 커플은 화려했더랐다.
M양은 흰색 청초한 블라우스 원피스에 챙넓은 모자로 청순미가 가득했고
J군도 조금은 얌전한 모범생 스타일에 징박힌 가죽 혁대……

응?;;

조금 안어울리는 왠 징박힌 가죽혁대인가 싶긴 했지만 뭐 혁대가 없어서 급하게 온거일수도 있고..
그 묘하게 미스 초이스된듯한 혁대가 거슬린건 본인 뿐 그 외엔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더랬다.

그리고 다가온 당일 저녁. 의례있는 캠프파이어는 커플들이 조용히 사라지기
가장 좋은 이벤트였고 과 선배와 싱글 동료들은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돕기위해
어쩔수 없이 1시간 단위의 캠프파이어를 2시간으로 연장해 놀아주는
굉장히 과할 정도의 매너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무슨짓이든 해라. 제발 빨리만 해라. 라는 심정으로 낄낄 거리던 그때…

“끼아아아아아아악~!!!!!!!!!!!!!!!!!!!”

어마어마하게 공포스러운 괴성단발마가 숙소 방 안에서 들려왔고 멋모르는 사이
몇 몇 여자애들이 방으로 달려간 순간 그들은 그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M양이 반쯤 벗겨진 속옷차림으로 방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고
J는 웃통을 깐채 술이 떡이 되어 징이 박힌 혁대로 여자 아이에게 X자로 후려치며 외치고 있었다.

“날 사랑한다 말해!!”

 

 

아아…

 

 
징이 박힌 혁대를 왜 차고 온건가 했다.

 

 

그랬다.
그들은 잠자리 한번 한적 없었고 순결을 지켜주겠다던 J군의 의미심장한 웃음은
단순히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것이 아닌 그 당시로선 상당히 지나치게 오픈된
아아주 신선하고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진 일보된 사랑 방식.. SM으로
그녀를 안내하겠다던 뭐 그런 의미 되주시겠다.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M양의 등짝과 허벅지엔 징자국과 혁대자국이 선명했고
거의 럭비선수 덥치듯 남자 아이들이 J군을 덥쳐 흥분한 J를 제압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J군을 덥치는데만 건장한 남자 5명이 덤벼들어야 했다던건 나름 전설이다.

여전히 술이 떡이 된채 바지 앞이 불룩한 채로 남자는 주문 외우듯 핏발선 눈으로
“날 사랑한다 말해! 어서!” 라고 외치고 있었고
이 소름끼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M양은 안색이 파래진채 방을 뛰쳐나와야 했다.

그 날의 그 엄했던 저녁 뒤..
보름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은 J군은 학고를 먹었고 군대를 가버렸다.
M양은 J군이 언제나 나오려나 노심초사하며 숨어서 학교를 다니다가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계를 냈단 말에 올레를 외치며 울면서 기뻐했다.
이제는 다시는 남자는 자보고 사랑을 시작하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