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아이는 세살이예요

회사 6년차 강대리가 나와 개인적으로 친해진지 2년이 되던 어느 날이였던가.
나는 이미 회사를 퇴사해 일로 찌든 몸둥아리를 복구해보겠다는 명목하에 룰루랄라 놀고 있었고 자유로운 시간을 핑계로 사람들이 부르면 바로바로 나가주는 5분 대기조 생활을 하던 중이였다.
그녀의 호출은 곧 맛있는 요리를 시원한 맥주와 함께 배부르게 양껏 먹을 수 있다는 보증을 의미하였기에 어떤 시간 어떤 장소라도 거절하지 않고 나갔다.

그리고 그 날, 그녀의 호출은 밤 12시에 이뤄졌는데 대부분 회사 퇴근 후 바로 날 부르던 날에 비해 굉장히 늦은 시간인걸 의아해하면서 간 자리에서 그녀는 이미 술에 먹혀 마스카라는 번져서 팬터가 되있고 술잔을 잡은 손도 흐느적거려 보기에도 안타까운채 위태위태한 정신을 간신히 잡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그녀는 나를 보자 티미했던 눈에서 왕방울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세상이 좆 같아요. 나는 사랑하나도 야무지게 못하는 잉여인간인가봐요. 엉엉엉.”
“가..강대리;;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엉엉엉!!!!! 나는..끄억..요오..끄어억꺽…있잖아요오오옹~꺽꺽끄어억꺽”
“이..일단 진정하고 자자자~ 코풀고 응?”
알아 먹을수 없는 외계어를 토해내며 그녀는 절규를 시작했다.

입사한 회사에서 강대리는 나름 싹싹하고 일처리 깔끔하며 유도리있는 일 진행으로 상사들과 주변 동료들에게 신임받는 사람이였다.
그녀의 윗사수인 박과장은 특히 그녀를 참으로 인정하며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그녀를 거리낌없이 참가시켰고 그렇게 그녀의 커리어가 견고해지는 것에 나름 그녀는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게 그녀를 참으로 물심양면 도와주며 끝없는 친절함을 선사해주는 박과장의 덕이라는걸 잘 아는 강대리였기에 그녀는 박과장을 평생 자신의멘토라 여기며 끝까지 따르리라 생각했다.

박과장의 추천으로 또다시 인정받을만한 굵직할 프로젝트를 끝낸 어느날인가 여느때처럼 박과장은 강대리를 호출했다.
일 마지막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라는 격려성 주문을 던지던 박과장은 강대리에게 연이어 이제 일도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으니 술이나 한잔 하러 가자더라 했다.

별다른 약속도 없는 처지에 잘되었다 싶어 강대리는 흥쾌히 승락해고 그날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많은 부분 대화를 나누다보니 박과장의 인간적인 부분에 일에 보이는 강직하고 차가운 성격이 다가 아니라는걸 느꼇다.
일찍 죽은 여동생 같고 자꾸 도와주고 싶었는데 곧잘 일도 잘하고 센스있게 행동하는 강대리가 난 참 좋았어.” 라고 고백하듯 수즙게 웃는 박과장에게 진심으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 강대리는 왠지 박과장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껴버리고야 말았다. 부인과 이혼하고 돌싱으로 혼자 지내는 박과장의 배경을 알기에 약간의 모성애적인 부분도 작용을 안한건 아니리라.

그날 이후로 강대리는 박과장에게 손 한번 더 가고 정성 한번이 더 가며 챙겨주게 되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박과장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였고 그 전보다 부드럽고 친절하지만 깍뜻한 매너로 강대리를 대했고 그런 모습에 강대리는 사람 배경이 중요한가.. 이 만큼 괜찮은 사람 어디서 본적 없는데 라는 혼자만의 소설을 쓰기 시작한 듯했다.

더이상 혼자 마음 키우기가 힘들었던 강대리가 결국 박과장에게 고백 비스므레하게 했던 어느 날… 그녀의 반응에 박과장은 나도 니가 정말 어느 순간 여자로 보이지만 자신의 처지가 돌싱이고 비록 자식은 없다해도 나이차 많이나는 너와 뭔가를 한다는건 어불성설인거 같다며 매너있게 거절을 했다던가.
그런 박과장의 양심적(?!)태도에 강대리는 더더욱 저 사람을 갖고 싶다는 불타는 소유욕이 발동했고 무언가 직접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그녀는 박과장에게 보다 적극적인 구애활동을 시작했다.
조금씩 마음을 보이다 갑자기 적극적이 된 그녀의 구애에 박과장의 마음이 움직였던걸까. 격렬한 어른놀이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짜릿한 비밀사내연애를 시작했다. 슬쩍슬쩍 내보이던 마음이 서로 확인되니 둑터진듯 어마어마해지는지라 둘은 누구든 보지 않으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사랑을 확인하는데 정신이 팔려 여럿 쪽팔릴뻔한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도 여러번 이였단다.

그리고 박과장의 돌싱경력을 강대리의 부모니께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할 만큼 서로간의 마음이 깊어지던 때가 왔다. 그날도 어김없이 격렬한 어른놀이로 만족스러운 하루의 마무리를 보내고 남자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그 때 남자의 전화기가 대차게 울렸다. 평소에도 본인의 전화기를 거리낌없이 보여주고 비번도 알려준 터라 그녀는 아무 생각없이 전화를 들고 누군가 보기위해 전화를 확인했는데 자신이 알기로는 박과장이 물고온 꽤 오래된 나름 사이가 돈독한 거래처의 회장님 이름이 뜨더란다.
전화 리스트에서도 워낙 자주 보였고 몇번 인사차 만난 적도 있어 야근중이라는 멘트를 준비하고 전화를 받아든 강대리.

“여보세요? 박과장님 핸드폰입니다.”
“어? 아빠? 아빠 전화 아니예요?”

….

….

….

읭?;;;

“누구세요?”
“어 이상하다 아빠 전환데? 엄마 아빠 전화 아냐? 아빠 목소리가 아니네?”
“…”
“여보세요?”
“아.. 네 박XX씨 전화 아닌가요?”
“네 맞는데요? 누구시죠?”
“아 저는 박과장님 안사람인데요?”
….
….
….
….
….
….
“아 네.. 지금 박과장님 다른 팀하고 심야 업무미팅중이신데 전화왔었다고 메모 남겨드릴까요?”
“아 그래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네. 아 근데 박과장님 사모님하고는 처음 연락이 되었네요. 안녕하세요. 전 강OO 대리이라고 합니다.”
“아~ 네 강대리님~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일도 너무 잘하시고 여동생같다고 우리 그이가 자주 칭찬해요.”
“아.. 네… 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구요?”
“네네~ 요즘 야근이 많은가봐요 부쩍 늦어지고 주말도 철야하느라고 우리 그이가 많이 괴롭히죠? 이해해주시고 잘 좀 도와주세요~ 오호호호.”
“네 알겠습니다. 사모님 연락 메모 남겨드릴꼐요.”
“감사합니다~”
….
….

전화를 끊고 샤워실 문을 봤을때 얼굴이 사색인채 서있는 박과장을 못본것처럼 또박또박 그녀는 속옷을 챙겨입고 옷매무새와 머리매무새를 다듬은뒤 호텔방을 나왔다.

강대리! 오해야! 강대리!
라고 외치며 그녀를 잡는 박과장의 손도 뿌리치고 그녀는 안색하나 변치않고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바로 나와 그녀가 자주 갔던 맥주집을 향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그녀에겐 미친듯이 전화가 울렸다.
매번 받을때마다 박과장이였고 그의 띄엄거리는 말들을 조합하면 상황은 이러했다.
그에겐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인이 있었고 그와 그녀 사이에는 3살 먹은 딸이 하나 있었다.
굳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건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채 아이를 낳은 그녀를 책임지기 위해서이지만 난 널 더 사랑한다. 이제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널 만나며 깨닳았고 먼저 말 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냥 내선안에서 해결하려 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하고 반응이라도 보여달라. 죽도록 잘못했다. 나에게 한번더 기회를 달라!!
라는 신파적인 반응들을 그녀는 묵묵히 듣고 그냥 끊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기억을 되돌려보니 통화목록중에 그 회장의 이름끝에 어떨떄는 점이 붙어있고 어떨때는 안붙어있음을 이상하게만 여그냥 지나간게 자신의 실수임을 인정하며 그녀는 쓰디 쓴 술 들을 들이 부었다.

아..
그냥 같이 마셔주는 수 밖에..
그녀의 흉한 인생길에 건배를…

얼마뒤 후기처럼 들리는 그녀의 소식에서
그녀는 사내게시판에 그간 박과장과의 일을 모조리 폭로하는 글과 함께 사직서를 냈다던가.
그 사내게시판 글이 올라간후 박과장은 권고사직을 제안받았고 그녀에게 혼인빙자에의한 사기죄로 민사소송을 당했으며 그녀는 다시 상사들의 제안으로 박과장이 없는 회사에서 여전히 능력 인정 받으며 잘 다니고 있다.